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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공간

2011년 1월의 첫 출근길의 고양이



1년4개월 정도 다니다가 계약 만료 후
다시 아르바이트 2주를 거친 후 재계약을 하게 된
참으로 복잡사이클로 다녔던 회사를 다시 출근하게 되었다.

2011년의 첫 출근 날 만난 노랑태비녀석.
가로수 옆 바닥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두려움에 찬 큰 눈망울로 주변을 살폈다.
나무를 등에지고 앉아 행여 누가 가까이 다가올까 바짝 긴장하던 녀석을 보고
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이녀석이 도망가기 전에 빨리 사야겠다는 마음에
큰 천하장사 소세지 하나를 사 들고 얼른 뛰어나왔다.

다행히도 그 자리 그곳에서 나무에 등을 딱 붙이고 앉아있었다.
급하게 소세지를 까들고 천천히 다가갔다.
긴장해서 도망치려던 모습이었지만 1m안에 다가갔음에도 도망가지 않더라.

손가락 두마디정도의 소세지를 잘라서 던졌다.
바보같은녀석!
어째서 낯선이가 주는 소세지를 그리도 냉큼 받아먹는지...
너무 허겁지겁먹어서 소세지에 뭍은 흙도 먹는것 같았다.
두번째 소세지를 던져주고 반정도 남은 소세지를 다 먹기엔 시간이 너무 걸릴것 같았다.
이 녀석이 먹는 모습을 보니 시간이 참 느리게도 가더라.
반남은 소세지는 내가 먹으려고 들고 일어섰다.

한발 두발 세발...
다섯 발자국이상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아까준걸 아직도 먹고있는 녀석

으휴.
언제 다 먹을래.

나머지 반 남은 소세지를 그냥 휙 던져줬다.
먹다남은 작은 소세지는 내두고 큰 소세지를 입에 문 녀석.
차라리 도망가길 바랐다.
이 몇 발자욱 뒤로 6차선 도로가 있고, 그 몇 발자욱 뒤론 녀석이 건너기엔 너무나 넓은 차도가 있는데
그곳에 있었다.

맛있게도 소세지를 먹던 노랑태비냥이.
그 남았던 소세지 반쪽을 던져주고나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었다.
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비둘기에게 먹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긴 했지만, 그들은 날개라도 있지 않은가?

작은 고양이.
첫 출근날 만난 예쁘고 작고 겁 많은 고양이.
내가 소세지를 사고 편의점을 나서서 그 녀석을 발견했을 때
왠지 녀석이 그곳에 있어 기쁘기도 했고, 아직도 그곳에 있는 녀석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때 소세지 다 먹는걸 바라보고 시립미술관 쪽 숲 속으로 쫒아낼껄 그랬다'

후회가 된다.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두고 온 것이.

아니, 갔으리라.
안전하고 포근한 도시의 숨겨진 품으로 뽀로롱 도망갔으리라.